그들은 왜 그토록 사학법 문제에 연연하는가
사학법 개악 안돼...지금도 사학비리 근절에 부족한 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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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05년 12월 16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을 규탄하고 있다. ©이철우 기자
한국에 있어서 민족의 해방은 정치적 해방만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 싶은 열망의 표출을 가져왔다. 건국 후 재정적으로 열악했던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국민의 욕구를 수용할 학교 설립을 추진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모든 재정적 부담을 학부모에게 의존해야 했는데 여기에서 가장 손쉬운 대안이 사립학교의 설립이었다.
사유재산 보호를 위한 투자로 시작한 사립학교 설립
정부수립 후 농지개혁이 임박하자 지주들은 토지형태의 재산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탈출구로서 학교의 설립에 주력하였다. 교육재단에 대한 지주의 토지 기부는 대개 농지개혁 과정에서 문교재단에 대한 특별보상을 앞두고, 자산관리의 한 방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본다.
학생 수는 증가하는데 국가재정은 빈곤한 상황 속에서 사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은 그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런 결과로 오늘날 한국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학생 수 기준으로 중 고 대학이 각각 전체의 4분의 1, 2, 3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학은 사사로운 개인 소유로서가 아니라 국가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공익기관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굳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3년에 박정희 정권은 사립학교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목적으로 ‘사립학교법’을 제정하였다. 지금까지 학교가 마치 개인의 사유물인양 전권을 휘둘러온 사학 운영자들의 반발은 군사독재정부의 위압에 눌려 그 기세가 꺾이고 사학은 정부의 통제 아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것은 뒤이어 이루어진 중학교 및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과 연계되어 사학재단은 겉으로는 ‘재미없는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비리를 은폐하고 학교를 치부의 수단으로 일삼던 그들로서는 학교요직에 친인척을 앉히는 족벌경영체제가 이런 억압을 호도하는 유일한 방편이었으므로 그들의 사학법 개정운동은 무척이나 집요하였다.
군사정부의 서슬이 다소 무디어진 1990년에 이르러 사학에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준다는 명분으로 드디어 이 법의 핵심조항을 뜯어고치게 되었다. 그야말로 비리라는 비리는 마음먹은 대로 다 저지르기 쉽도록 족벌운영체제에 날개를 달아준 작태를 부린 셈인데 오죽하면 수구언론들까지 나서서 이 상식 이하의 ‘개악’을 개탄하였던가?
이렇게 잘못 고쳐진 사학법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가 국회의 과반수를 장악하면서 ‘4대 개혁입법’의 하나로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다음에 말할 개방형 이사제 도입문제인데, 형세가 다급해진 사학 쪽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스스로 자정할 테니 2년간의 유예기간을 달라”는 등의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며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발버둥쳐왔다.
그들이 대안이라고 내놓은 방안은 비리사학에만 관선이사 대신 학교가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선임하자는 궁색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학의 비리가 일부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학교의 문제라는 점을 외면한 일종의 보호색으로 감싸는 위장전술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정 사학법, 전교조 학교운영 장악할 수 없어
그렇다면 기나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사학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왜 한사코 이를 받아들이려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개방형 이사제 도입 -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대학평의회)에서 2배수 추천
2) 감사제도 - 감사 1인을 학운위에서 추천
3) 이사장 친족의 학교장 겸직을 금지
4) 이사회의 친인척 비율 - 현행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축소
5) 학교회계---학운위가 학교장의 예산 편성에 대한 자문을 하고, 회계 및 예결산의 공시를 의무화
대충 위와 같은 내용이 그 골자라고 하겠다.
그러면 이러한 개정 사학법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어떠한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 문제만 하더라도 애초의 원안은 그 비율이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이었다. 실례를 들자면 이사 총수가 7인일 경우 개방형 이사의 하한선은 3인에서 2인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외치며 장외투쟁까지 마다 않은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이 제도가 전교조의 사학 교단 장악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네들은 한 술 더 떠 ‘사유재산권침해’를 논거로 한 헌법소원까지 냈다.
일부 종교재단에서는 자기들이 세운 학교의 건학이념이 근본적으로 훼손됨과 동시에 학교운영상의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엄살을 부린다. 사립재단이 설립한 학교들이 이미 국가 공교육의 일환을 담당하면서 이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듯 하다.
그들의 주장이 억지인 실례를 들어보자. 사립학교 교원 중 전교조 교사는 10%가 채 안 되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학교들은 전교조 소속 학교운영위원이 교사위원 4~5인 중에서 고작 1~2인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초라한 숫자를 가지고 모두 십여 인을 상회하는 학운위를 장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셈법인 것이다.
학운위가 개방형 이사 2인의 2배수인 4인의 후보를 추천한다고 했을 때 단 한사람도 전교조 몫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생각을 하자면 4인중 무려 3인 정도의 전교조 후보가 들어가야만 최종 단계에서 한 사람이라도 낙점이 될 것이 아닌가 말이다.
가관인 것은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에서는 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배정)을 거부하는 동시에 정부의 지원도 전혀 받지 않기로 결의를 했었다. 이런 조처에 따라 지난 1월초 제주도내 5개 사립고교에서 신입생 배정서류 수령을 거부했던 해프닝은 그들이 과연 이 나라의 진정한 교육자인가 하는 회의였다.
빗발치는 국민들의 질타와 특별감사 운운하는 교육부의 엄포로 이들이 벌인 일종의 ‘법률불복종운동’은 그들의 마각만을 만천하에 드러낸 채 흐지부지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그 앙금은 속속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필자로서는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그들이 스스로 결의한 신입생 배정거부를 고수하여 차제에 아예 학교장사를 작파함으로써 이 나라 이 땅에서 사이비교육자들을 축출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길거리로 나갔다가 마지못해 국회로 돌아온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바로 자기 아버지가 얼마나 이 나라의 사립학교의 숨통을 조이고 획일적인 국가지상주의의 도구로서 사학을 이용해왔는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민주화가 과연 좋긴 좋은 건지, 악을 쓰며 억지를 부리는 부패한 사립학교 재단을 옹호하는 작태를 과연 그녀의 부친은 저 세상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학법 시행령, 개방형 이사제 도입 취지 못 살려
한 가지 한심스러운 것은 교육부 당국자들이 사학법 개정의 후속조치를 위한 ‘사립학교법시행령개정위원회’를 구성하며 이런 문제에서 소신 없이 꼬리를 내리는 작태이다. 당국은 10일 개방형 이사제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의 사학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말치레는 번드르르하여 교육부는 이것이 모두 사학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조처라고 강변한다. 이는 교육부가 부정한 재단이 학교운영을 죄지우지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 ‘사학의 자율성’이 아닌 ‘법인의 자율성’에 불과할 뿐이다. 과연 이 나라 교육부라는 곳의 인간들은 도대체 어느 누구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마피아집단인지 절로 깊은 한숨이 새어나옴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면 왜 그들 사학법인들은 이 정도로 유명무실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그토록 전력을 다하여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 이 모 의원의 계산대로라면 개방형 이사 2인은 모두 전교조 후보가 독점하고 ‘말 잘 하고 권모술수 잘 부리는’ 그들은 나머지 이사 중에서 한 사람씩은 포섭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다면 전체 7인의 이사 가운데서 4인 이상의 과반수를 차지하여 결국은 학교가 ‘친북좌경세력’인 전교조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더군다나 개방형 이사는 당해 학교와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 중에서 추천한다고 했음에도 인심 잃은 전교조를 향하여 집중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해부터 교사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을 호기로 삼아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농간에 넘어가는 국민들의 미성숙한 인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개정 사학법, 그 중에서 특히 개방형 이사제 도입 문제를 가지고 학교가 마치 주인 없는 난장판이라도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저의는 명약관화해진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소수의 친인척들이 이사회를 장악하여 장구 치고 북 치면서 학교를 말아먹던 음흉한 수작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학법 개악 절대 안돼...사학법인 ‘비리의 복마전’ 오명 씻는 노력 필요
지난 시기의 사학법 체계 아래서는 재단의 전횡과 사학의 부패구조에 대하여 어떠한 견제나 시정조차 요구할 수 없었다. 개방형 이사제는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사학재단에 공적기구에서 추천하는 이사가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하등의 명분이 없는 것이다. 길거리까지 나서서 몸 던져 막을 것은 개정 사학법이 아닌 사학의 부정부패 그 자체가 아닐까?
한나라당이 떠들고 수구언론들에 의하여 증폭되고 있는 개정 사학법의 문제라는 것은 이 나라의 교육실정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한 이들이라면 실소를 금치 못할 자가당착이다. 평준화 이후 학교를 다닌 청장년층의 절반 이상은 바로 사립학교 졸업생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학교의 이사장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만하게 교사들 위에 군림했던가, 공립학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낙후된 시설의 학교였음에도 음성적으로 각종 잡부금을 얼마나 많이 강요했던가 하는 비리의 생생한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
여기에서 사립학교에서만 35년 간 근무한 필자가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번 사학법 개정문제에서도 그네들이 예외 없이 강조한 것이 “왜 우리 모두를 범죄자로 보느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놓았다는 대안이 ‘비리사학에 한하여 운운’하는 수법인데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사학 경영자라면 모두다 ‘그 놈이 그 놈’ 같은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좀더 강변하자면 비리가 들통이 나서 신문 방송이 떠들어대는 학교는 그나마 상처가 터져서 병원에 실려간 꼴이고 나머지 대다수의 ‘조용한 사립학교’는 속으로 골병이 들어 무엇부터 손댈지 모르는 중병환자에 다름 아니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전자는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운 이들이 내부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나, 후자는 아첨꾼 아니면 비겁자들로 이루어진 무기력한 집단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평가라고 할까?
떳떳하지 못한 인간들이 국가의 지원금을 유용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개인의 주머니로 빼돌리던 작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사회의 과반수를 장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의 원칙을 지키는 외부인사가 개방형 이사로 그들의 협잡의 장에 뛰어들 때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큰 숨 한번 쉬기 어려울 정도로 켕기는 구석이 한 둘이 아닌 것이다.
교육의 세 주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그 세 주체를 외면하고 오직 설립 시기에 개인재산을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를 사유재산처럼 운영하고 세습하려는 작태가 더 이상 용납될 수는 없다.
사학법인이 비리의 복마전이 아닌, 국가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공익기관이라고 한다면 단 한사람의 지킴이만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들 개방형 이사만이라도 제대로 그 운영의 투명성을 지켜나갈 때 조금씩이나마 이 나라 사학은 부패의 온상으로부터 해방되어질 것이다.
홍대사대부고 교사 이윤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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